수원과 경기에 대한 개인적인 평
악몽을 꾸었습니다. 글로 옮기기에 잔인하고 생생해서 몸서리 쳤습니다. 어제 경기 후 머리로는 "괜찮아"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게다가 너무 뛰었더니 허벅지에 알이 배겨서 아프고 걷기도 힘드네요.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어제 경기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전반과 후반 초반에 연이어 터진 찬스를 살렸다면 경기는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몬타뇨의 성실함과 움직임 좋은데, 슛이 키퍼 앞으로 몰리는 것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첫 실점을 당했을 때 든 생각은 "뭐지? 이렇게 잘 하고 동점이 된다고? 그래도 하던대로 하면 만회할 것 같은데? 질 것 같지 않은데?"였습니다. 심지어 두 골차로 벌어졌을 때에도 "하나만 들어가면 모르는 경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플레이가 좋아서 수원 선수들이 막는 데 힘겨워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손으로 몸으로 잡아채기 바빴습니다. 패스길도 너무 좋았고 패스가 수없이 이어질 때는 과거 니포 축구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습니다. 이영민 감독은 이를 두고 "공격작업이 좋았다"고 평했는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결정력이 아쉬웠네요. 요즘 축구에서 과정 또는 점유율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회의적인 의견이 있기는 합니다. 이건 또 다른 큰 주제네요.
바사니, 김형근, 티아깅요, 몬타뇨, 박현빈, 유승현 등의 플레이가 눈에 많이 들어 왔습니다(가끔 티아깅요 소년가장 같아요). 다른 선수들도 잘 했지만 수비진에서 속도, 실수 등이 겹치면서 참사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만회를 해야하는 시점에서 몇몇 선수들의 어이없는 패스미스 또는 일대일에서 골 탈취당하기 등은 뼈 아팠습니다. 이 때문에 경기 내내 "뭔가 될 것 같았는데 결국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승패와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어제 경기는 물론 올시즌 들어 달라진 모습이라 생각하고 아주 긍정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 때문에 경기 끝까지 저나 또는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버틴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볼 때 선수들에 대한 동일시가 강해지는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감독이하 선수들이 준비를 잘 했고 잘 버티다가 수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수비 집중력과 상대 공격수 개인 기량에 실점이 이어지며 크게 패한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아픈 내용만 걷어내면 그래도 수원이라는 리그 최강 팀을 상대로 원정에서 인상 깊은 경기를 했으니 앞으로 다른 팀과 경기에서 해볼만하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6월에 접어들면서 수원 인천 이랜드와 경기 중 승점 6점 따면 성공이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는데, 비록 시작이 나빴지만 천안과 비기면서 기세가 살짝 꺾인 인천, 부산에게 역시 참사를 당한 이랜드 등을 잡고 6월을 보내면 올해 여전히 할만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독 경기 후 인터뷰처럼 빨리 잊고 잘 준비해서 일단 인천 하나 잡는다는 생각으로 나서면 결국 길이 다시 열리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댓글
댓글 쓰기진짜 어제 바사니, 김형근, 박현빈, 유승현, 티아깅요 다 너무 잘해줬는데 수비에서 너무 아쉬웠어요..
빨리 잘 잊고 인천전 열심히 해서 꼭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다 잘하면 여기없겠죠 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수원이랑할때보다 인천이랑할때 정신차리고 한발 더 뛰는 플레이를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원은 자기네들 응원하느라 바쁜 반면 인천은 응원가가 너무 얄미워요 ㅋ
대패를 했으니 인천 및 이랜드전은 오히려 잘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소 불안했던 유승현도 폼이 오르는 모습이 보여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