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전 리뷰 4 Fin : 6스테이지. 왕을 저격하라!
부천에게 주어진 세개의 화살.
첫번째는 바사니라는 오버파워 플레이어입니다.
수원의 수비로는 바사니 막기 버겁다는게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바사니의 플레이를 보호하고 도와주기 위해선 갈레고-몬타뇨를 동시에 투입해서 상대 수비를 못나오게 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박현빈-카즈키의 미들이 경기 내내 수원의 미들에 밀리면 안됩니다. 특히 루안-윌리안에게 기회를 주면 그대로 망가집니다.
그리고 세번째 화살은...
수원 수비진에 균열의 틈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 대상은.
이현용 선수였습니다.
가장 경험이 적지만 수원 수비수들 중에 가장 키가 크기 때문에 몬타뇨나 이의형(1차전 기준) 선수의 마킹맨이 되어야 하는데 2차전 선발로 몬타뇨를 투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상황에서 몬타뇨의 마킹을 누가 주로 할까를 볼 때...
가장 만만한 걸 넘어 몬타뇨가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될 것이라고 파악이 끝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6스테이지에서 몬타뇨에게 주어진 역할은 미끼 역할이었습니다.
이걸 아주 잘 해냈습니다.
바사니의 프리킥을 헤딩할때에도 보면 낙하지점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했습니다. 경합하던 이현용 선수는 바사니에 대해 더 경계하게 됬고 이로서 몬타뇨는 전반 두골에서 이현용 선수가 수비개입하는 걸 붙잡고 있어버렸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의 두 골을 아이솔레이션 하는 부천 선수들이 일반적인 상황보다 한발 더 들어가 버렸고 그게 다 슈팅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첫번째 골은 이현용 선수가 헬프가 조금 더 빨리 들어갔다면 바사니의 슈팅 각은 더 좁아져서 애매했거든요.
부천은 이번 시리즈에서 측면 공격을 통한 아이솔레이션을 평소보다 더 깊게 들어가버려서 끝장내는 방법이 기본적이었습니다. 이 선택지를 수원 선수들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몬타뇨라는 타겟에게 신경을 더 써버렸습니다. 실상은 미끼 역할이었는데 말이죠.
바사니의 첫골 시점에서 이미 수원은 부천에게 판짜기를 말려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했습니다.
세번째 화살인 '수원의 최대 수비 약점'이 확인된 만큼 그 균열을 더 키워야 하는게 목표가 되었고 바사니는 그 부분에 주로 위치해서 마음껏 좌-우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이때 측면지원을 계속해서 시도한 김규민 선수가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 골로 부천의 승격전의 목표는 60%가 달성되었습니다.
김규민의 골이 최종적으로는 승격을 결정짓는 골이 되었는데 왜 전체목표 60% 달성이었다고 전 평가할까요?
그건 나머지 40%가 수원의 '경기플랜에 대한 실시간 수정' 과 '그 수정결과가 정답이어서 부천이 말릴 경우' 때문이었습니다.
부천은 현재 총 9개 스테이지 중에서 6개 스테이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었습니다.
7번째 스테이지인 전반 25분-45분까지의 최대 목적은 계속 몰아붙여 수원이 '실시간 수정'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는 거였습니다.
이 방침에서는 일찍 잠그기 들어가면 안됩니다. 전반 마지막까지 주도권을 주지 않고 계속 밀어붙여서 그럴 정신적 여유를 주면 안됐습니다.
스테이지 7에 접어들자마자 수원으로선 큰 변수가 생겼습니다. 김태한선수의 부상 아웃입니다.
최규백 선수가 급하게 들어왔지만 수원 입장에선 '경기전략의 실시간 수정' 이라는 부분이 더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수원 입장에선 추진력이 떨어져버리는 아쉬운 상황이지만 부천 입장에선 굴러온 떡이 되었습니다.
김태한 선수 대신에 들어온 최규백 선수는 몬타뇨 마크에 완전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전반-후반에 있던 여러 차례의 기회에서 최규백 선수의 위치를 보면 부천 선수들의 위치를 완전히 놓치고 있거든요.
수원은 어수선한 상태에서 7스테이지를 끝냈습니다.
이제 남은 8-9 스테이지를 어떻게 버티느냐? 부천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8스테이지는 역습을 통해 최대한 9스테이지로의 진입을 늦추고, 9스테이지는 최대한 버티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런데 현실은...그것보다 더한 현실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졌습니다.
시작하자마자 10초도 안되서 갈레고의 골
수원 입장에선 이건 판을 완전히 엎어버려 끝장낸 거였습니다.
이후 경기내용을 보면 수원이 경기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부천의 날카로운 역습도 볼만했지만 경기내내 공의 주도권은 수원이 가졌던 만큼, 수원 코칭스텝은 전반전 내내 부천에 시달리던 부분을 파훼할 전략을 하프타임때에 준비하긴 했습니다.
수비진들의 전진으로 미들 싸움에 가세할 숫자를 늘려버린 것이 수원이 들고 온 해법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부천의 미들이 밀리기 시작했고 이 여파는 바로 수비까지 미쳤거든요. 이후 9스테이지에서 부천이 수비 숫자를 늘렸음에도 김형근 선수의 여러차례의 선방과 공중전에서 백동규, 홍성욱 이 둘의 저항이 아니었음 수원이 역전했을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후반 시작하자마자 10초만에 점수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이건 수원 팀 전체 입장에선 멘탈 터져버린 거였습니다.
이 골 들어가는 순간 전 머릿속에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Kein Plan überlebt die erste Feindberührung."
(적과의 첫 접촉 이후까지 살아남는 계획은 없다)
수원은 분명 그럴싸한 계획을 후반에 가져왔는데 첫번째 접촉에서 이게 망가져 버렸거든요.
하지만 수원은 바로 페이스를 올리며 부천을 압박했습니다. 수비진들이 하프라인을 넘어오며 미드필더들을 지원해 부천을 압박해 들어와 부천을 무너뜨리려 했거든요.
이 상황에서도 갈레고에게 연결된 패스, 3명에게 둘러싸였음에도 틈을 찾아내 연결한 바사니의 활약은 너무 멋졌습니다. 이 찬스에서 골이 들어갔다면?
수원은 분명 무너져서 만회골은 생각도 못하고 0:5, 0:6도 그냥 났을 겁니다.
8스테이지에서 부천의 기본 방침은 '수원이 분명 압박들어올것이다. 버텨내면서 기회 나면 갈레고의 빠른 발을 통한 역습으로 수원을 흔들어 이후 수원의 압박을 시간적으로 늦춰야 한다. 물론 골 들어가면 더 좋고' 였는데 '더 좋고'를 시작하자마자 만들어 버렸습니다.
패턴을 보면 아예 연습하고 만들어 온 것 같았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냅다 갈레고-몬타뇨가 아크서클 부근으로 돌진하고 그 뒤에 장시영-김규민이 하프스페이스 인근에 있었습니다. 이건 후반이건 전반이건 우리가 킥오프를 가지게 되면 바로 실행하려고 했던 전술로 봐야 합니다.
갈레고가 공을 잡은 상황에서 실제 상황인 슈팅도 있지만 몬타뇨에게로의 패스나 등돌린 뒤에 하프스페이스에서 대기하고 있는 장시영-김규민에게도 연결이 가능한 식으로 선택지가 있는 포멧을 보면 이건 우리가 킥오프를 할 때 하기로 했던 전술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수원 입장에선 날벼락 맞은 셈입니다.
격투기로 따지면 라운드 끝나고 이전 라운드의 탐색전을 마치고 이제 엔진 걸려는데 배를 제대로 맞아 그 충격으로 라운드 하나를 날려버린 셈이었습니다.
수원은 빨리 전열을 가다듬고 부천을 공략하기 시작했지만 세차례의 역습은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들어갔다면...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65분경이었을텐데 이때 0:4 나면 수원 팀은 경기포기가 될 수도 있었을거다...싶었거든요.
70분 되면서 이영민 감독은 최후의 9스테이지로 돌입할 생각을 굳혔다고 보입니다.
4골차라는 여유가 있었던 만큼 당연하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남은 20분간의 버티기에서 얼마나 버티느냐의 승부.
여기서 공격은 박창준-이의형으로 교체하고 바사니를 이상혁으로 교체하면서 수비숫자를 늘리고 미들도 최재영의 투입으로 수비에 대한 비중을 높였습니다.
이 시간대 이후부터 수원의 맹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걸 막아낸 건 절대적으로 부천 선수들이 수비집중력이 빚났습니다. 수원의 만회골 두개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다'는 것들이었으니까요.
9스테이지의 마무리는 결국 한지호 주장의 핸들링으로 내준 페널티킥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천은 K리그1로 올라갔습니다.
2025의 부천은 여러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하나하나 장애물을 헤친 결과였습니다.
승강전 2경기가 어찌될지 걱정했었는데 스타팅 라인업 보자마자 '이거 이영민 감독님이 경기 자체를 8개 스테이지로 나눴구나' '갈레고-몬타뇨를 2차전에 쓰려고 별렀구나' 라는게 바로 떠오르더군요.
(그 당시 다른 글의 저의 댓글을 보면 '갈레고-몬타뇨를 2차전에 쓰는게 맞다고 본다'라고 제가 달은 것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일단 이렇게 마무리 해 봅니다.
2025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멋진 판짜기를 봤고 그 역할을 멋지게 실행해 낸 선수들에게 갈채를 보냅니다.
연말연시 잘 마무리들 하시길.
Joyeux Noë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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