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전 찍었던 다큐를 지금 다시 봅니다. 그리고 승강전2차전 당일도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냥 눈물이 나네요.
몇년전부터 건강이슈로 힘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경기장 가는 숫자도 이전에 비해 팍 줄었습니다.
오래전 가끔 유럽이나 남미에서 봤던 '돌아가신 오래된 서포터들의 사진'을 들고 "그들이 꿈꾸던 꿈이 이렇게 이루어졌다"는 상징으로 영정사진들을 경기장에 들고 가는 것이 여러 영상에 올라왔었던 걸 보며 지인들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승격할 때 내 사진도 저렇게 되는거 아냐?" 라는 말도 최근들어 하기 시작했었어요.
그래서 어떤 헤르메스분이 저에게 "올해 놓치더라도 내년엔 승격팀이 많아지니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라고 물어봤을 때 "안된다! 다른 팀들도 돈 많이 들여서 경쟁 엄청 붙으려 할건데 승격팀 하나둘 늘린다고 우리가 거기 낄 자리가 쉽게 안날거야!" 하면서 올해 꼭. 꼭. 이라고 강하게 이야기도 했었습니다.
승격전 1경기는 눈발 날릴 때 갔었지만 그 여파로 실제 경기때는 참가를 못했습니다.
두번째 경기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관중석으로 가서 봤습니다.
관중석 예매를 할 때 좌석을 어디로 할까...하다가 '코어 부근이 아니라 약간 옆으로 가자' 그리고 '맨 앞' 으로.
일부러 자리 잡은 곳이 하필 우연일까요...저도 모르게 1997년 9월 일본 도쿄 국립 가스미가오카(일명 요요기) 경기장에 잡았던 자리로 가게 되더군요.
뭔가 느낌이 있었던건 아니었어요.
이전부터 게시판에 나왔던 말 때문이었습니다.
코어에서 멀어질수록 사람들이 응원을 안하더라 앉아서 밥먹고 그러더라.
맞아요...도쿄대첩때에도 그런 걱정 있었습니다. 그때 갔던 붉은악마의 숫자는 60여명이 넘었습니다. 정확히는 54명인가 57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60명이 넘었냐면 붉은악마 원정팀에서 아쉽게 떨어졌던 분들 중 몇은 여행사가 모집한 상품을 통해 경기장에 오신 분들이었어요.
(이때 서포터 1호 커플이 있었고...이 둘은 결혼 1호가 됩니다. 서호정 기자가 말한 그 커플 아니에요. 그거 잘못된 기사입니다.)
경기 전날 붉은악마들은 숙소의 홀에 모여서 회의했습니다.
크게 '코어에서만 모여서 응원하느냐' 아님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서 할지'
논의결과는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서 하자' 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전 북을 들고 제가 맡은 구역으로 갔어요.
참 신기한게 2002월드컵 때에도 광주에서의 8강전에서도 결국 1997년의 그 위치로 갔고 우리 승격전 최종전도 같은 자리였습니다.
이유는 똑같았어요.
"주변에서 응원을 안한다면 나 혼자라도 X랄 쳐야지, 같이 일어나서 소리 질러주면 좋고 그게 싫으면 다른데 가셔도 되는 거고... 그런 미X놈 하나는 있어야지, 옛날에도 그런 X친놈 역할 해봤잖아"
한번 20년도 더 전에 그런 일 몇번이나 했던 놈이 나이 50되서도 그거 못하겠어요? 물론 20대만큼의 체력도 안되고 이젠 다리도 정상이 아니지만 그냥 해보자는 심정으로 했어요. 이 기회가 다시는 안올거 같아서요.
경기 기록은 삼각대 하나 경기장 LED전광판 아래쯤에 하나만 설치하고 하늘에 맡겼습니다.
그리고 그날 영상들 계속 보다가...지금 제 컴 그래픽 카드 맛갔습니다...젠장. 오늘 급하게 그래픽 카드 하나 사서 끼워서 이제야 다시 작업하게 생겼네요...올해 부천 작업에만 예산 꽤 들어가고 있습니다. 허허
저 온걸 본 저와 일면식 있는 분들이 '아니 응원하시고...괜찮으세요?' 할 때 마다 바지 오른쪽 자락을 걷어서 수술자리 보여드리고 했습니다.
"벌써 피 나오고 있어요... 괜찮아!괜찮아! 오늘 꼭 올라가야죠!"
걱정해 주셨지만 그래도 앞자리에서 뛰겠다고 했어요. 응원하지 않은 분들도 좀 봤어요...화도 좀 나고 그랬습니다.
나중에 너무 화나고 그러면 바지 걷어서 나이 오십넘은 놈이 이렇게 다쳤는데도 병원에서 [너 축구장 계속가? 잘못하면 발 잘라야 해] 하는 소리 들어도 나와서 이렇게 응원합니다. 제발! 오늘 응원 많이 합시다! 라는 소리좀 지르려고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날 응원잘 안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골이 계속 들어가고 하면서 후반전 갈레고의 골 이후에는 많이들 일어나서 응원가 부르고 구호 따라해 주시고 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잠바 안에는 그냥 긴팔 위에 유니폼 입은게 다였는데도 잠자를 벗어버리게 되더군요.
계속 경기장보다는 관중석을 보면서 응원가 부르고 손 휘두르고 응원가 놓치지 않으려고 코어쪽 보는 것도 반복하고 우와~!소리 나면 그제서야 경기장 보다가 하게고 그랬습니다.
경기가 끝으로 갈수록 맘 속에선 눈물나오더군요. 0:3 스코어가 계속되면서 70분 넘어가자 계속해서 안면 있는 분들이 오셔서 좋다좋다 해 주실 때 마다 살짝 울기까지 했습니다.
진짜 울음이 확 나려는데 어떤 분이 "지금 우시면 안되요. 이따 부천가서 맘껏 우세요, 그때 울거 여기서 다 쏟지 마세요" 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속에서는 태연하자고 맘 먹었는데 옆에서 볼땐 그게 아니었나봐요.
끝나고 선수들 맞이하고 세레머니 하는 동안 깜짝 놀랐어요 수원 경기장 스탠드가 흔들리는게 느껴졌거든요. 그만큼 다들 신나있었나봐요.
수원경기장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천명이 넘는 우리들의 점핑에 흔들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부천까지 와서 선수단 버스맞이까지 하는데...
결국 목소리 컨디션은 1997년으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진짜 일주일동안 목소리가 잘 안나왔거든요. 목이 쉬어버리고 하는 바람에 일터에서도 "당신 감기걸렸냐?"라는 소리 듣고 어느 날은 조기퇴근도 시켜주고 하더군요. 아직도 가끔가다 목소리가 살짝 튀기도 합니다.
아직도 피곤이 덜 풀렸는지 오늘도 병원 다녀왔는데 병원에서 '왜 또 상처 벌어졌냐' 면서 핀잔 주네요...
그러다 오늘에서야 어쩌다보니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에 시즌전 다큐가 다시 떠서 몇번이나 돌려봤어요.
1990년대부터의 추억에 또 하나 덧붙여졌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큐영상에서 홍구형이 "제 나이 80이 되기 전에는 1부에 올라가겠죠?" 라는 대사에서 또 한번 울게 되었어요.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면서요.
건강이 안좋다보니 홍구형보다 내가 먼저 가는게 아니냐. 그러면 내 영정사진좀 경기장에 들고 가줘 그정도는 해 줄수 있겠지? 하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말이 이루어지지 않고 올해 올라갈 수 있었다는 것에서 너무 고맙더라구요.
그냥 올해 2025년. 감사.감사하기만 한 해였습니다.
참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해이지만 부천FC1995의 K리그1 승격 하나만으로도 힘들었던 여러가지들이 싹 씻어나가가진 한해였습니다.
이 모든걸 경기장에서 같이 만들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합니다.
2025년의 부천이라는 이름으로 경기장에서 함께한 이들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메롱둘리
신중동역고우키
REDS
백번천번넘어져도
부천
댓글
댓글 쓰기승격후 이런글들을 많이 보고싶었는데 요즘 게시판에 글 보기가 조금 피곤하네요 ㅎㅎ
누가 옳고 그른지 물론 중요하지만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보면 모두가 부천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인데 안타깝네요
1부를 준비하는 요즘
행복한 순간들 입니다
조금 더 누려봅시다:)
제 뒷통수가 가리진 않았을까요..ㅋㅋ
역사의 순간 목소리를 담을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아마 제 영상에서 가장 함성소리가 높은 분이겠군요!!!
50넘었지만 아직도 경기장에 오면 열다섯살입니다.
지금 또다른 시작입니다 부천은 앞으로 더 비상하게
될테니까요 오랫동안 같이 함께해요~
앞으로 행복한것맛 꿈꾸고 싶습니다~ㅎ
서포터즈 내부 논쟁을 위한 팬페이지가 아닌
팬과 구단을 위한 팬페이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치못한 몸이신데
맨 앞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응원하시면서 응원 독려하시는거 보고 감탄했습니다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추한 늙은이로 보일까 걱정도 했습니다. 잘 아시지만 제가 잘생긴 것도 아니고 몸 좋은 것도 아닌 배나온 머리까진 덩치 좀 있는 중늙은이니까요. 그래도 목소리 하나 더 보태고 한명이라도 일어나서 소리와 몸짓 같이 해 주길 바래서 '또 한번 더 해 보자'하고 그냥 했습니다.
아직도 전 축구를 좋아하나 봅니다.
좋아하니까 그렇게 할 수 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여파로 지금도 골골대고 있습니다. 일하고 오면 그냥 자기 바쁘네요...)
그냥 축구를 좋아하는, 이젠 배나오고(옛날에도 배 나왔지만 지금은 더...) 정수리가 벗겨진 중늙은이입니다.
부끄럽습니다.
그 네분(학생으로 추정합니다만)이 후반들어서 먼저 '야! 일어나자!' 하고 먼저 분위기 만들어 주셔서 속으로 넘 좋았답니다.
그분들이 맞는지 아님 다른 분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중늙은이의 몸짓을 기억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련의 사태를 양원석님도 보고 계실거라 생각하고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후배 헤르메스, 새 시즌에 유입될 팬들에게 귀감이 되어주실분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존경합니다.
쑥스럽고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전 그저 축구가 좋을 뿐이고 누구에게 귀감이 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저도 책잡힐 일 있고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냥 좋아서 한 일일 뿐이고, 이날 한 일들은 누가 저에게 시킨적도 없고 부탁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냥 이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음 했고, 목소리 하나 더 보태고 싶었을 뿐입니다.
오랫만에 사진 하나 꺼내서 드립니다.
닉으로 쓰시는 루키안 사진입니다.
2016년 8월 13일 경남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바그닝요와 함께 센터서클로 복귀하는 모습입니다.
나중에 구단에서 경기 전에 올리는 사진에도 쓰였습니다.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경기안내 포스터로 사용될 때 사용된 문구가
"너를 믿고, 나를 믿고, 서로를 믿고."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루키안의 다른 사진들 중에서 이걸 골랐습니다.
그리고 전.
여러분을 믿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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