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vs부천
전반은 정말 좋았습니다.
전 후반을 나눠서 볼 때 스쿼드 상에서 올해 부천은 '외국인선수 4명까지만 출전 가능'의 딜레마에 놓여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그 과정에서 확실히 자리가 애매해진 것이 카즈키입니다.
이건 '팀 밸런스' 라는 면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닐손 주니어를 중심으로 수비가 짜여져 있을 때 재작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닐손의 약점을 어떡하던 보강해야 했고 카즈의 영입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릅니다.
팀의 중심은 바사니로 옮겨졌고 바사니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측면 공격수들을 많이 찾았던 것이 지난 겨울 시즌 선수 보강의 Final Key 였습니다.
그때 마침 갈레고가 시장에 나왔고 경쟁 끝에 잡아낸거죠.
이렇게 되자 카즈키의 자리가 떠버렸습니다.
이건 카즈키가 나쁜 선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팀의 중심이 옮아가면서 바사니를 중심으로 하는 팀 구성의 파트너에서 약간 애매한 위치가 된 것이죠.
그러다보니 요즘은 딱 보면 느껴지는게 '카즈가 투입된다' 는 것은 '굳히기 나간다'는 걸 다 알 정도가 되었죠.
이렇게 만들어진 경기 로스터는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제가 오래전에 분석해 드린 것처럼 작년에 비해 최종라인이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역습을 각오하고 올렸던 부분입니다.
이러다보니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련한 수비수를 원했고 그 퍼즐 조각은 구자룡 선수였습니다. 초반엔 팀 적응 문제로 바로 합류하지 못했고 현재는 부상치료를 위해 몇경기를 결장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경기를 천천히 다시 돌려보았을 때 느껴진 것은 바로 '수비 베테랑의 여부'가 승부를 갈랐다 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HMB를 싫어합니다. 이름을 쓰지 않을 정도이고 대놓고 "그는 한국축구를 선수하면서 20년 후퇴시켰다"는 혹평을 합니다. 뭐 언젠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할 날이 있겠죠.
하지만 그의 플레이 중에서 한 장면은 'HMB가 한 플레이 중에서 최고이자 한국축구 역사에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남을만한 마스터피스급 플레이다' 라고 극찬을 합니다. 어느장면이냐면
2002년 6월 4일 열린 폴란드와의 경기였습니다.
이날 경기는 솔직히 전반 5-6분 정도까지는 '이대로 가면 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X판 경기였습니다. 선수들이 완전히 얼어붙어서 플레이를 못했습니다.
이걸 바꿔버린 HMB의 단독드리블 뒤의 슈팅. 그리고 선수들을 향해 질타하는 모습. 이게 이날 경기를 바꿔버렸고 2002월드컵에서의 4강신화를 만들어 낸 결정적인 장면 그 첫번째로 전 꼽습니다.
이날 경기를 다시 영상으로 보신다면 아시겠지만 진짜 전반 5분동안에 슈팅 두번 만들어주고 그중 하나는 골 들어가는거 아닌가 할 정도였습니다. 이날 선제골이 들어갔다면 2002의 신화는 없었을지도 모르고 '개최팀 중 2라운드 진출 못한 최초의 개최팀'이라는 남아공이 가진 기록은 대한민국이 가졌을지도 모르죠.
이 플레이는 제가 지금도 '숙장의 품격'을 이야기 할 때 자주 합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바로 이 역할을 할 선수가 지금 누구냐는 것입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이 부분을 맡아주었던 것이 바로 닐손과 한지호 이 두명이었으나 현재 이 두명중 한명은 팀을 떠났고 한분은 매경기 주전으로 나오지는 못합니다. 벤치에라도 이런 사람이 있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큽니다.
물론 필드에서 뛰고있는 사람이 이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더 크죠.
올해 이 역할을 해 줘야 하는 것이 바로 구자룡 선수라고 전 보고 있습니다.
수원과의 홈경기와 이번 경기의 차이는 갈레고의 유무보다는 구자룡의 빈 자리가 더 큰 것이라 봅니다.
갈레고가 없었음에도 유승현, 박현빈선수의 활약으로 전반뿐 아니라 후반에도 3:1 정도가 되기 전 까지는 팽팽했습니다. 문제는 이때 전체적인 분위기와 밸런스를 잡아주는 '숙장'의 역할을 해 준 선수가 없다보니 팀이 급격하게 무너져 버린 것이고 그대로 경기가 끝나버린 거라 볼 수 있습니다.
대패는 실력차이가 아주 큰 팀과의 경기나 아님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팀들끼리의 경기에서 나옵니다.
이 두가지 경우의 공통점은 '한번 무너지는 순간'에 수습을 못했다는 겁니다. 그 멘탈터지는 순간이 오래전에 바그닝요가 뛰던 때에 한번 있었습니다.
제가 부천을 응원하면서 선수들에게 질타와 가장 심한 욕까지 나온 경기가 있습니다. 서울E랜드에게 개쳐발라진 경기입니다.
2017년 8월12일 잠실에서 열린 경기요.
이날 응원하는 분들 중에는 '바그닝요만 축구하냐!' 라는 말을 비롯해서 별별 욕설이 나올 정도로 그날 경기 정말 X판이었습니다. 이날 경기는 저도 선수들에 대해서 격려하는 말을 못했을 정도입니다. 그냥 저도 욕 쳐박고 '뭐한거냐?' 싶을 정도였거든요.
그날에 비한다면 이번 수원과의 경기는 정말 양반을 넘어서서 '뭔가 될려는데 안된' 경기라 보여집니다.
2017년의 그날은 닐손도 무너지고 뭐가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이날 수비들이 딱 그랬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아쉬웠던게 한지호, 구자룡 이 두 선수중 한명이라도 특히 구자룡 선수가 그라운드에 있었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더더욱 났습니다.
경기에 대해서 몇가지 더 짚어보고 싶었던 부분이라면 전반전 몬타뇨의 찬스라던가 후반전 박현빈의 날카로운 슈팅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 특히 몬타뇨의 그 찬스에서 골이 들어갔다면 경기는 반대로 수원삼성이 멘탈붕괴 났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작년과는 90도 이상 다른 경기였어요.
작년엔 지키다가 간간히 날카로운 역습을 통해 균열을 내다가 상대의 퇴장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잡고 끝까지 지켰다면 이번엔 진짜 맞다이 친 내용이고 선빵은 우리가 날렸습니다. 마무리를 못지은거였지만 그래도 계속 후반에 3:1 나오는 순간까지 물러서지 않은 것을 넘어 수원삼성을 계속 몰아붙였던 것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제가 경기 전체를 이번엔 분석하지 않은 이유는 TV로 보는 정보는 너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장에 가서 경기의 실제 흐름 및 전체적인 11명의 움직임을 한방에 보지 않으면 경기 분석이 제대로 안되고 따따로 놀면서 종합이 안되는 장면들이 너무 나오다보니까 경기분석은 자제하는 편입니다. 해 봐야 큰 포인트 몇개만 미시적으로 나올 뿐이지 전체적 분석은 어렵거든요.
다만 듣기로는 선수들 및 팀 분위기에선 이번 3연전에 대해 불안함은 커녕 '한판 붙어볼 만 하다' 라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특히 인천과의 경기에서는 지난번 홈 경기에선 졌지만 되려 선수들끼리는 '처음엔 겁이 났던 것은 사실인데 한판 붙고보니 우리가 그리 딸리는건 아닌데? 다음 경기는 할만하다'는 자신감이 되려 붙었었다고 하거든요.
우리 선수들이 일주일간의 준비 동안에 이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2017년때 우리들이 선수들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우린 골 많이 먹었다고 졌다고 이러는 것이 아니다. 싸우려고 하지도 않고 경기를 포기하고 경기에 대한 의지가 안보였다는 것에 실망한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지난 수원과의 경기에서 순간 무너지며 대패했지만 투지만은 없진 않았습니다. 그 분함이 이번 6월에 물러서지 않고 상대팀과 붙기를 바랍니다.
8일 일요일 숭의아레나에서 뵙겠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더 .더 .더. 많이 오셔서 더 큰소리로 더 큰 함성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 인천에게 부천이 있음을 우리가 함께 있을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구자룡 선수의 빈자리가 아쉽긴하네요..
수원전의 대패를 무릎쓰고 인천전은 꼭 승리하길 바랍니다 !
열심히 응원해보아요 모두
올해 좋은 성적 내 주길 기대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수비시에 523 혹은 완전 내려앉을땐 541로 수비하는데, 포메이션 특성상 중앙미드필드 옆이 공간이 많이나고 수원이 그 지점을 잘 점유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측면으로 많은 공격기회를 허용했구요. 공격적인 윙백을 기용하기로 했더라도 수비시에 간격유지를 꼭 보완해야할듯 합니다. 인천도 분명 수원전을 보고 알고있을테니.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