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경기를 보니... 그리고 우리 플레이에 대한 의견
일이 있어서 경기를 TV로 봤습니다.
지금 2부리그는 예전 2부리그가 아닙니다. 부천이 풀옵 드나들 때 그때 한 번 갔다 오든지 했어야 했다는 부질없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2부리그는 구단의 규모나 관중의 규모 등 현재 부천과 같은 규모의 구단이 비빌 수 있는 리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올해 승격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이는 구단이 현실을 직시하고 내린 목표가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목표였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예산은 예년 수준 유지하면서 목표만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부천시 규모의 지자체에서 예산이 적다고 화를 내고 싶은 생각도, 왜 현실에 맞지 않는 목표를 던졌냐는 것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그 목표에 나도 덩달아 설렜으니까요. 그냥 그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올 시즌의 기본값이었습니다.
문전 앞에 돌아 들어가는 선수에게 찔러주는 거리 2미터 짜리 패스가 엇나가고, 선수들 다 올라간 상태에서 박스 안으로 올린 곳이 허무하게 골대를 넘어가고, 역습을 노리고 우리 선수에게 보낸 패스가 머리 위 2미터는 족히 넘어가고, 멍 하니 서 있다가 몇 미터나 뒤에 있는 상대 공격수가 달려드는 걸 놓치는 모습 등이 잇따랐습니다. 부상 중인 갈레고를 투입하는 등 풀전력으로 경기한 경기에서 나타난 모습입니다. 어쩌면 이게 현재 부천FC가 아닐까요. 수원, 인천과 경기를 보며 우리 선수들의 능력치는 상대의 70% 수준으로 보였습니다. 30%의 차이를 준비와 전술과 의지로 메꾸고 있는데, 한계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차이는 적어도 인천, 수원, 부산, 성남, 전남, 이랜드까지 비슷해 보입니다.
오늘 경기 보고 저는 개인적으로 올해 컨셉을 정했습니다. 제 의견과 다를 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저는 "우리 팀은 리그 최하 수준의 예산으로 감독, 코치, 선수들의 노력으로 주어진 조건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승격은 커녕 플옵도 어려운 전력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매 경기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그렇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에 성원을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올해를 버티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올해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이영민 감독에게는 생각해볼 만한 문제를 드리고 싶은데요, 65분 경 수십 번 이어지다 바사니에 대한 파울로 끝났던 패스는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빌드업을 하다가 상대가 균열이 생기면 찔러서 찬스를 만들겠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요즘 가성비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빌드업 해서 만들어 가려했던 찬스나, 그냥 뻥 차서 문전 앞에 붙이는 찬스나 찬스의 순도는 적어도 우리 팀에게는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어쩌면 후반에서 만드는 빌드업은 뭔가 하려고 하는 의지를 보이지만 실제로는 뭔가 이뤄지는 게 없는 한가한 전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지고 있을 때에도 후방에서 돌리던데 막판 10분 20분 애가 끓었습니다. 그때부터 속이 울렁거려서 지금 토할 것 같아요. 감독이하 벤치 모두 초조하고 침통한 모습을 잘 보았지만, 그냥 침통해 있는 것보다 정말 무식한 말로 우당탕 우당탕 하면 안 되나 싶었습니다. 아니면 다짜고짜 사이드를 어떻게든 파고 박스 안에 숫적 우위 점한 상태 만들어서 크로스 쎄게 올리거나.. 이게 모르고 하는 말이면 정말 미안하고, 이런 것도 생각해볼 문제라면 고민했으면 합니다.
작년 안양, 올해 수원과 인천 모두 못 하는 것 같은데 승리를 가져갑니다. 그런데 오늘 경기 자세히 보니 이 팀들이 못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축구를 들고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 돌려라. 점유율도 가져가라. 수십번의 패스, 높은 점유율, 경기 주도권 그게 뭔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상대의 균열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을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소년 가장 티아깅요도 오늘 보니 너무 지쳐있고, 갈레고는 더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잔디가 좀 푹신했나요? 공이 다 뜨던데.. 하지만 바사니 정도면 후반에는 영점 조준 됐을 것 같은데 바사니도 지친 것 같습니다. 김형근도 애처롭습니다. 출전 선수들 하나하나 다 힘들어 보이고, 플레이에 실망을 할 때가 있어도 하나하나 다 우리 선수들이고 다 안스럽습니다. 전체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던데, 이쯤 되면 두 경기에 한 경기 포기하더라도 로테이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고사 같은 체력을 보이는 선수도 있던데.. 어쩌겠습니까. 아무튼 간에 우리 선수들은 지쳤는데.. 과감한 로테이션을 돌리는 FA컵에서 나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나을 수도 있고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6월이 이렇게 흘러가네요.
리그는 계속될 테고 잘 하다보면 또 꿈을 꿀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걸 다 떠나서 감독, 코치, 선수들이 최선을 다 했으면 합니다.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까지 안 보이면 정말 곤란합니다.
댓글
댓글 쓰기너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오늘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우리만의 색을 갖게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축구 해보자구요..
화도 나고 답답하면서도 우리의 축구에 돈을 이길 그 무언가가 피어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