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5 부천vs서울E 경기감상
한정된 정보만으로 쓰는 글입니다.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천의 독주가 지속되면서 2-3위의 승점은 2점차. 2위와 4위권-5위권과는 3점차였습니다.
2위인 수원과 부천은 승점 9점차입니다.
부천은 플옵권과의 격차를 쫒아가기 위해 승리가 필요했고 서울E는 이겨야 2위권과 비벼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플옵권은 제대로 불이 붙었습니다. 서로간의 여유가 없습니다. 무조건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경기가 15일 경기였습니다.
부천의 악재는 바사니의 결장이었습니다. 경고누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올해 바사니가 보여주는 공격지분을 보자면 그 자리를 누가 맡을 것인가를 놓고 이영민 감독은 고민했을 겁니다. 상대도 그 점에 약간이나마 안심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부천 코칭스탭의 결정은 바사니가 빠진 부분을 전체프레싱으로 압박한다는 방침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건 라인업에서부터 독특하게 드러났습니다.
갈레고-몬타뇨를 최 전방에 위치시켰고 바로 뒤의 측면을 박창준-티아깅요에게 맡겨 전방압박의 유동성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박현빈-카즈키에게 상대 미들과 최전방을 오고가며 압박강도를 엄청 올렸습니다.
이건 모험입니다.
초반 급격한 체력소모를 유발하기 때문에 초반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거 계속 쓸수가 없고 체력 한계점에 빨리 들어오게 되면 상대를 쫒아가지 못하게 되는 도박수죠.
농구에서 올코트 프레싱을 한 쿼터 내내 쓰는게 벅찹니다. 심지어 농구는 미국식 구기라 선수교체가 있음에도 이걸 쓰면 전 세계 어디서도 '승부 걸었다'라는 표현을 하지요.
(여기서 상식 하나. 야구는 무려 '영국식 스포츠'입니다. 진짜입니다!)
초반부터 이런 압박을 시도했지만 그 반동으로 허용한 것이 선제골이었습니다.
티아깅요가 돌아와서 마킹을 시도했지만 이미 키에서 미스매치가 났고 위치도 뺏겼습니다. 티아깅요 본인도 악착같이 마크를 못했습니다. 체력소진이 벌써부터 된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거 쉬운거 아니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선수들이 선제골 이후 경기 재개하기 전에 스스로 모여서 뭔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렇게 경기 흐름을 잠깐 멈추고 다시 맘 잡은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부천은 무너지지 않았고 서울E랜드를 향한 압박은 지속되었습니다.
계속해서 서울E랜드는 골킥 이후 빌드업 방법이 너무나도 이상했습니다.
골키퍼가 바로 킥을 하지 않고 필드 플레이어가 골킥을 한 뒤 골키퍼가 공을 받아서 다시 후방빌드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개념은 이미 1990년대부터 있던 건데 그땐 '후방 빌드업' 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습니다. 왜 이런 개념이 시작되었냐면 롱킥을 할 경우 공을 따낼 확률은 50:50입니다. 선수들끼리 경합을 하지만 한방에 연결되는 경우는 진짜 드물거든요. 가끔가다 진기명기로 골키퍼의 킥이 그대로 우리편 선수에게 연결되어 골을 넣는 장면도 나옵니다만...이게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한시즌에 한번 나오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처음엔 놓고차는 골킥이 아닌 골키퍼가 공을 잡은 뒤 손으로 우리편 선수에게 빨리 리턴하거나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유가 50:50으로 시작할래? 아님 100% 확실히 우리 공으로 시작할래?
하는 전략적 선택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이런 능력은 중요했습니다.
이때 수비가 빨리 공격으로 올라가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는 내버려두는 이유는 상대 수비진영까지 우리편 공격수 뿐 아니라 미들을 올리게 되면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운동량'으로 인한 체력소모라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부천에서는 닐손 주니어라는 영리한 수비수를 통해 사실상 패스메이커로서의 공격 기점으로까지 활용했지만...지금 닐손 주니어는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 알려지고 해서 상대에게 닐손이 공 잡기 전에 다른 선수가 공 잡으면 그냥 우리 선수 위치만 파악했지 적극적으로 달려들지도 않았습니다. 뻔히 알고있던거죠.
'닐손이 공 잡지 않는 한 전진패스는 없다'
이렇게 상대가 뻔히 알고 있는 공격전개 방식을 너무나도 고집하면 쳐맞습니다.
이게 이날 서울E랜드의 가장 큰 패착이었습니다.
이날 부천의 교체선수는 인천전보다 더 공격적이었습니다.
인천전에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전인규 선수가 있었다면 이번 경기에선 전인규 선수 대신에 전원 공격지향적인 선수들로 도배해 버렸습니다.
경기 전에는 벤치멤버 구성을 보고 '와 이거 완전 공세로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다시 보자면 압박 강도가 떨어지면 바로 교체해서 E랜드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복안이었습니다.
이건 성공적이었습니다. 전반부터 E랜드 수비들은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영민 감독은 이날 이것만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전술이 준비되어 있었고 이게 기가막히게 먹혔습니다.
경기를 되새겨보심 이날 공을 한쪽에서 몰고가서 엉키다가 바로 반대쪽으로 넘기며 생기는 공간에 우리 선수가 꼭 있었습니다.
이쪽을 뚫을 것 같이 유혹하는데 드리블을 몰고 가는 선수들 옆에 다른 공격수가 꼭 붙어서 같이 돌파를 했습니다. 그러면 E랜드 선수들은 이걸 의식해 한쪽으로 몰려 버렸습니다. 이때 반대쪽에 완전 프리인 선수가 만들어지고 이 선수를 향한 오픈 패스가 딱딱 들어간 걸 보셨을 겁니다.
이 타이밍에 공이 넘어가 생기는 찬스에서 골을 만든게 박현빈의 동점골이었습니다.
이미 전반전에 이런 움직임이 보여서 '야...이거 오늘 이거 노리고 나왔네' 하는게 보였거든요 그런데 아쉽게 계속 기회가 날라가서 아쉬웠습니다만...
전반 종료 직전 동점골.
그냥 대단하다는 말만 하겠습니다.
박현빈 선수의 첫번째 임무는 수비 압박이었는데 공격에서도 이런 위치를 잡고 있었다는 것에 감탄했습니다. 수비 압박을 하면서도 그 찰나의 순간에 측면을 파로들어 노마크 찬스로 갔다는 것은 공격 세팅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기를 쇼트게임으로 조각내 가는게 때로는 필요한데 동점골 순간은 '경기의 쇼트게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였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잘했습니다.
이렇게 기세가 올라온 상황에서 생긴 후반은 초반부터 맹공을 펼쳤습니다.
골만 안들어갔지 몬타뇨의 크로스바 직격, 페널티킥 얻어내기까지.
기세가 너무 좋았습니다. 자 이제 역전이구나! 싶을 때 나온 페널티킥 실축.
너무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몬타뇨의 상황을 듣고 아이고...그랬구나...
하는 생각만 들더군요. 경기 끝나고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바로 밝힌 이유도 몬타뇨를 보호하고자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몬타뇨 자녀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몬타뇨의 페널티킥 실축이 굴러온 의외의 효과는 역전골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결정적인 위기를 넘긴 E랜드 수비들이 잠깐 정신을 놓았지 않나 싶었습니다. 공을 돌리는데 있어서 약간 느슨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계속 압박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전방 2명이 계속 압박을 넣고 우리 중앙 미드필더인 카즈키와 박현빈도 압박 강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이때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은 것이 박창준이었죠.
여기서 또 중요한 역할을 한게 카즈키였습니다. 카즈키의 움직임을 보면 미들에 있는것 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E랜드의 전진 키가 되는 선수의 등 뒤로 가 있게 되거든요. 패스줄기를 제한시켜 버린 거였습니다. 필드플레이어 3명이 3각형으로 배열되서 빌드업 할 때 확실한 시나리오가 E랜드에겐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억지로 측면으로 돌리는 방향을 커뮤니케이션으로 정하게 되는데 이때 순간적으로 E랜드 수비수 1명/부천 압박자 2명이라는 숫적 우위가 나왔습니다.
실수 유발을 하는 압박이었던거죠. E랜드는 이 압박을 돌파하지 못했습니다. 카즈키와 박현빈이 위치를 진짜 잘 잡고 있었습니다. 공을 뺏아서 슈팅을 한 것은 박창준의 몫이었지만 이 포멧을 유도한건 순전히 카즈키와 박현빈의 공이었습니다.
3:1로 앞서가는 순간에도 많이 걱정했습니다. 한골 허용하면 뭔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선수들이 잘 막아주기만 바랬습니다. 여기에 이영민 감독은 계속해서 선수 교체를 하면서 시간 지연과 함께 압박의 레벨을 유지시켰습니다. 그 뒤 몇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막아내며 경기가 끝났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공의 점유율은 E랜드가 앞서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공에 대한 영향권을 가지고 있던 건 부천이었습니다. 공을 E랜드가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공을 소유하는 동안 E랜드는 부천이 의도한 곳에서 계속 엉키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이날 경기 살려낸 건 박현빈 선수였습니다. 전반전 그 동점골이 없었다면 후반전에도 계속 우리가 끌려갔을 수 있습니다. 참 아슬아슬한 시간대에 동점으로 끌고 가 줘서 후반 역전의 기반을 만들어 줬습니다.
거기다 상대를 압박해 상대를 엄청 많이 방해해 주면서 이뤄낸 성과라 더더욱 값집니다.
코칭스텝들의 경기 세팅이 제대로 먹힌 경기였다고 봅니다.
다음 경기는 안산입니다. 안산은 요즘 끈끈한 모습이 살아나고 있고 최근엔 안산을 상대로 부천은 성적이 그리 좋진 않습니다. 이전엔 안산원정을 '약속의 땅으로 간다. 승점3점 가지러' 라며 룰루랄라 갔지만 요즘은 실망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7월 26일 부산전 원정까지는 경기권에서만 돌아다닙니다. FA컵까지 있기에 쉽지는 않지만 이 기회에 승점 많이 땡겨와야 순위상승을 기대할 만 합니다.
6월의 클라이막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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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장시영선수가 이날 mom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포는 못올렸지만 움직임과 정말 열심히 뛰더라구요
갈레고가 막혔을때 장시영돌파 후 슛팅과 pk얻어내는장면 인상깊었고 그로 인해 갈레고가 왼쪽으로 옮기면서
더 위협적인 모습이 나왔던거같습니다